[경향신문] 오빛나라 변호사님 출퇴근재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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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7-30 15:38 | 조회수 : 926회본문
오빛나라 변호사님이 경향신문에 '출퇴근 재해'에 대해 기고하셨습니다.
출퇴근재해, 그 논쟁의 역사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에서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은 당시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박모씨는 식당에서 일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왔는데 사건 발생 한 달 전 퇴근 중 넘어져 입은 부상으로 실직한 후 생활고에 시달렸다. 결국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그의 전 재산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남겨둔 채 두 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런데 만약 박모씨가 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를 받을 수만 있었더라도 세 모녀가 생계를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29일 사업주가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출퇴근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14헌바254).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와 밀접 불가분한 관계에 있는데, 사업장의 규모가 작거나 재정여건이 부족하여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근로자가 오히려 출퇴근 재해에 대해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논쟁의 시작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9월 28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5두12572)에서 출퇴근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다수의견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는 경우에 한해서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반대의견은 합리적인 방법과 경로에 의한 출퇴근 행위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자체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대법원 판례의 다수의견을 그대로 입법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논쟁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였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출퇴근 재해의 구체적인 도입방법이나 도입시의 재정부담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찌감치 1964년에 제121호 ‘업무상 상해 급부 협약’에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록 권고하였고, 독일은 1925년, 프랑스는 1946년, 일본은 1973년에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으로 추가하여 보상 시스템을 갖추었다.
출퇴근 재해를 산재보험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만 무려 5개가 발의되었지만(대표발의 문대성, 한명숙, 최봉홍, 원유철, 심상정), 정부가 다른 노동개혁 법안과 연계하면서 번번이 도입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2017년 12월 31일까지 반드시 출퇴근 재해에 관한 법률조항을 개정하여야 하게 되었다. 현재 20대 국회에서도 다수의 산재보험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으며, 노동계와 노동법학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인 출퇴근 재해 인정이 조만간 결실을 맺을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2014헌바254 결정은 2013년에 있었던 5대4 합헌결정(2012헌가16, 2011헌바271)을 3년 만에 6대3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뒤집은 것이다.
기존의 견해를 변경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안창호 재판관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산재보험 영역에서는 평등권의 심사강도를 높여야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산재보험법이 바람직하게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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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161148018&code=9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