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 변호사님 '위험의 외주화'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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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7-30 18:04 | 조회수 : 1,162회본문
오빛나라 변호사님이 '산재와 다단계 하도급,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기고하셨습니다.
산재와 다단계 하도급, '위험의 외주화'
최근 삼성전자의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저장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터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어 20대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삼성의 진정한 사과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위험의 외주화란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업무상 위험이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청업체가 외주화, 즉 하도급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비용절감인데, 다수의 하청업체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저가의 하도급대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하청업체는 적정 수준에 미치지 않는 하도급대금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안전시설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되고, 하청 노동자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청 업체가 여러 차례 하도급을 거치면서 하청업체라는 완충막을 통해 산업재해에 따른 책임 또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작업환경은 더욱 위험하고 열악해진다. 결국 수차례 다단계 하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에서 제일 약하고 힘없는 노동자에게 산재 위험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산업재해에 있어서 ‘위험의 외주화’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문제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는 것이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악습은 여전히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어 사망한 19세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역시 하청 소속이었고, 6명의 사망자가 나온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와 4명의 노동자가 숨진 STX 조선해양폭발사고의 희생자 역시 하청 노동자였다.
안타깝고 참혹한 대형 산업재해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하청 소속인 것은 단순 우연으로 겹친 것이 아니다.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10년간 조선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9.3%는 하청 노동자였다. 건설업의 경우, 2014년에서 2016년 9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98.1%라고 한다.
또한, 2015년 주요업종별 30개 기업 중대재해 사상자 현황을 보면 산재 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노동자였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산재사망자 중 하청노동자는 86.5%였고, 중대재해에 따른 부상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 또한 85.5%에 달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산재 관련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원, 하청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설시장은 중층적인 하도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설공사의 일괄하도급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건설공사의 재하도급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일괄하도급은 하도급에 따라 발생하는 부실시공 등을 방지하여 발주자를 보호하고, 시공이 아니라 수주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업자의 양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정지를 명하거나 하도급금액의 30/10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입찰참가자격이 1년간 제한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건설공사는 불법적인 하도급이 만연하다.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의 이익과 손실을 비교 형량하여 손실의 무게가 더 무거울 때, 위법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지만 현행 구조 하에서는 불법일지라도 하도급을 할 유인이 크다.
발주자-도급자-하도급자-재하청-오야지-십장-일용직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무방비하게 산재 위험에 노출되고, 산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책임주체가 특정되지 않아 배상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청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해서 실질적으로 하청을 상대로 배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원청은 하청업체의 책임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하층단계에 있는 오야지(작업반장)나 십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하도급 구조 하에서는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이윤만을 수취하는데 반하여, 실제로 땀 흘리며 일하면서 받은 임금, 즉 가장 적은 이윤을 얻은 노동자는 모순적이게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최근 일련의 대형 산재사고를 기화로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정부는 2017년 8월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안전 관련 권한과 책임을 공정하게 배분하여 산재 사망재해를 감소하기 위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과 발주자 등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어 위험의 외주화의 고리를 끊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기사 원문 보기: http://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54